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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법률/화재 및 자동차사고 생활법률

임차건물에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하여 건물 전체가 불탔다면, 책임은 누가?

by 지엘손해사정 2019. 4. 25.

 

임차건물에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하여 건물 전체가 불탔다면, 책임은 누가?

 

김은비(손해보험협회 변호사)

 

사 례

건물주 황소유씨는 건물 1층 중 일부를 임차인 나몰라씨에게 임대했고, 나몰라씨는 골프용품 매장을 운영하였습니다. 같은 건물 2층은 황소유씨가 침대, 소파등 가구를 보관하며 물류창고로 사용하였습니다.

 

1년이 지난 어느 날, 건물 1층에서 불이 나 건물 전체로 번져 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2층에 보관하던 황소유씨의 가구는 모두 타버렸고, 나몰라씨는 더 이상 골프용품 매장을 영업하기 힘들어졌습니다.

 

국립과학연구소는 1층 전면 주출입구에서 불이 나 아래에서 위로 불이 번졌다고판단했으나, 소방당국은 위에서 아래로 불이 번졌다고 보았습니다. 화재발생 원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나몰라씨는 1층 전면 주출입구에 물건을 쌓아놓는 등 실질적으로 사용해왔습니다. 이에 건물주 황소유씨는 국립과학연구소의 판단을 바탕으로 임차인 나몰라씨를 상대로 건물 전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황소유 : 1층에서 난 불이 번져서 건물 전체가 타버려 피해가 막심합니다.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잘 관리하셨어야죠. 제가 입은 손해 모두 배상하세요!

 

나몰라 : 건물에 소방방재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화재가 크게 발생한거 아닌가요? 더 이상 골프용품 매장을 운영할 수 없게 되어 힘든데, 건물 전체에 발생한 손해 전부를 배상하라니요. 말도 안되요!

 

 

 

 

어느덧 긴 겨울이 지나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특히 봄철에는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계절적 특성에 따라 크고 작은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42,337건의 화재사고가 발생하였고,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2,591명에 달한다고 합니다1). 화재가 나면 타인이 점유 또는 소유하는 건물까지 불이 번져 피해가 확대되는 경우가 많아 화재로 인한 법적 분쟁이 날로 늘고 있습니다.

 

한편, 임차인은 선량한 관리자로서 임대차 기간 중 임대차 목적물이 훼손되지 않게 보존해야 합니다(선관주의의무). 그리고 임대차 종료 시에 임대차 목적물을 원래 임차 받았을 당시의 상태로 복구하여 반환해야 합니다(원상회복의무). 따라서 임대차 기간 중 임차인의 귀책으로 화재가 발생하여 임대차 목적물이 훼손된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임대차 목적물을 반환할 수 없으므로 손해배상책임(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하게 됩니다2).

 

그렇다면, 임차인이 ‘임차한 건물 부분’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하여 ‘건물의 다른 부분’까지 번져 피해가 발생한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임차한 건물 부분’ 자체에 발생한 손해는 물론이고 ‘건물의 다른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도 배상책임을 지는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임차한 건물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건물의 다른 부분’까지 번져 피해가 크게 발생했더라도 화재가 임차인이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하여 발생했다는 점을 임대인이 입증3)하지 못하면, 임대인은 해당 임차인에게 ‘건물의 다른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책임을물을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다86895, 86901 전원합의체 판결).

 

1)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 화재통계(2018년)
2) 민법 제374조(특정물인도채무자의 선관의무)
특정물의 인도가 채권의 목적인 때에는 채무자는 그 물건을 인도하기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보존하여야 한다.
민법 제615조(차주의 원상회복의무와 철거권)
차주가 차용물을 반환하는 때에는 이를 원상에 회복하여야 한다. 이에 부속시킨 물건은 철거할 수 있다.
민법 제654조(준용규정)
제610조 제1항, 제615조 내지 제617조의 규정은 임대차에 이를 준용한다.
민법 제390조(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3) ① 임차인이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하여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하는 등 화재 발생과 관련된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고,
② 그러한 의무 위반과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며,
③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가 그 의무 위반에 따라 민법 제393조에 의하여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 내에 있다는 점에 대하여
④ 임대인이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종래 대법원은 임차인이 건물 화재를 막기 위해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임차한 건물 부분’과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건물의 다른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4)는 입장이었습니다(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다카1066 판결 등). 그러나 201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2다86895)을 통하여 종전의 입장을 변경한 것입니다.

 

즉, 대법원은 ‘임차한 건물 부분’과 ‘건물의 다른 부분’으로 나누어 증명책임의 주체를 구분하였습니다. ① ‘임차한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의 경우 임차인은 보존・관리의무를 다했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손해를 배상할책임을 지며, 그 화재의 구체적인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아니하여도 마찬가지입니다. ② ‘건물의 다른부분’에 발생한 손해의 경우 임차인이 계약상 의무를 위반해 화재가 발생하였다는 것을 임대인이 입증해야만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동 사안의 경우 화재가 발생한 원인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관계가 유사한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 볼 때, 건물주 황소유씨는 임차인 나몰라씨에게 ‘임차한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건물의 다른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나몰라씨가 계약상 의무를 위반해 화재가 발생하였다는 것을 건물주 황소유씨가 증명하지 못한다면 배상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집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임대차 계약의 본질과 증명책임 분배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임차인의 책임 요건을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증명책임의 균형 있는 분배를 통해 임차인의 배상책임을 경감시키고, 이에 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할 것입니다. 화재가 일단 발생하면 인적, 물적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미리 화재보험 가입을 통해 대비하시는 것도 고려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출처 : 2019년 3월호 월간손해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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